지난주 한 대기업 직장인 김모(48)씨는 회식 자리에서 평소처럼 소주 몇 잔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소변 색이 짙어지는 것을 발견했고,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진단 결과는 '급성 간 손상'. 의사는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이셨나요?"라고 물었고, 김씨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3개월 전부터 먹기 시작한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약과 술의 치명적인 조합을...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2020년 기준 30대 이상 남성 10명 중 4명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약을 복용하면서도 회식,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고지혈증 약과 술, 왜 위험한가?
간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조합
우리가 먹는 약과 술은 모두 간에서 분해됩니다. 알코올이 간이 약물을 분해하고 합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에 제대로 약물을 분해하지 못한 간에는 약의 독성 물질이 남게 되고 결국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지혈증 약은 이미 간에 부담을 주는 약물입니다. 스타틴 복용 중 이유 없는 피로감, 식욕감소, 황달 등 간 손상을 의심하게 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스타틴의 간 독성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서울대 발표에 의하면 스타틴을 새로 먹은 환자에서 간 손상 발생률은 연간 100인당 17명으로 나타났고, 심각한 간 손상 발생률도 100인당 3.5명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국인은 서양인의 간 손상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 약물별로 다른 위험도
모든 고지혈증 약이 술과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위험도가 다릅니다.
1. 스타틴 계열 (가장 흔한 고지혈증 약)
대표 약물: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등
제품명: 리피토, 크레스토, 조코 등
위험도: ★★★★★ (매우 높음)
케토코나졸 등의 무좀약과 심바스타틴 등의 고지혈증약도 술과 함께 먹으면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요 부작용:
간 효소 수치 급상승
급성 간염
극심한 피로감과 황달
근육 괴사 위험 증가
2. 피브레이트 계열 (중성지방 치료제)
대표 약물: 페노피브레이트, 겜피브로질
위험도: ★★★★☆ (높음)
담낭질환, 간장질환,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복용을 피해야 하며, 술과 함께 복용 시 간 독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주요 부작용:
간 기능 저하
근육통 및 근무력증
소화불량, 메스꺼움
3. 에제티미브 (콜레스테롤 흡수 억제제)
대표 약물: 에제티미브 단독 또는 스타틴 복합제
위험도: ★★★☆☆ (중간)
스타틴에 비해 간 독성이 적지만, 술과 함께 복용 시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 환자들이 겪은 부작용 사례
사례 1: 회식 후 응급실 실려간 40대 직장인
김모(45)씨는 심바스타틴을 복용 중이었습니다. 평소 소주 반 병 정도는 문제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회식에서 소주 1병을 마신 다음날, 극심한 근육통과 함께 갈색 소변을 보게 되었습니다. 병원 검사 결과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의 10배, 근육 효소인 CPK 수치도 위험 수준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사례 2: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의 함정
이모(52)씨는 매일 저녁 아토르바스타틴을 복용하던 중, 주말마다 맥주 한두 캔을 마셨습니다. 3개월 후 정기검진에서 간 수치(ALT, AST)가 정상 범위를 초과했고, 의사는 즉시 약물 조정과 금주를 권고했습니다.
약물별 음주 가이드라인
스타틴 계열 복용 시
절대 금주 원칙
약 복용 중에는 완전 금주가 가장 안전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약 복용 후 최소 6~8시간 경과 후 소량만
약을 먹은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는 절대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약은 이 시간 동안 가장 높은 혈중 농도를 나타내는데,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부작용의 발생 위험성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복용 시간 조절
심바스타틴과 피타바스타틴은 저녁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아토르바스타틴이나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은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할 수 있는 제제입니다
회식이 예정되어 있다면 아침에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피브레이트 계열 복용 시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술은 약효를 직접 저하시킵니다
고중성혈증의 경우 주원인은 잦은 음주이며, 술은 간에서 지방합성을 촉진해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고 동맥경화증, 간질환을 일으킵니다
가능한 완전 금주, 불가피한 경우 주 1회 이하로 제한
에제티미브 복용 시
상대적으로 간 독성이 낮지만 음주는 여전히 권장하지 않음
부득이한 경우 소량(맥주 1캔, 소주 1잔 이하)만 허용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신 후 다음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간 손상 의심 증상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감
식욕 저하 및 구역질
짙은 갈색 소변 (콜라색)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오른쪽 상복부 통증
근육 손상 의심 증상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아프고 몸에 힘이 없는 느낌이 드는 근육 병증
원인 모를 심한 근육통
근육 약화 및 무력감
갈색이나 붉은색 소변 (근육 괴사 의심)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안전 수칙
1. 의사와 상담은 필수
회식이나 모임이 잦은 직업이라면 처방 전에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의사는 간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약물로 처방하거나, 용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2. 음주 전 약 복용 스킵?
절대 금물입니다. 고지혈증 약은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으며, 고지혈증 약을 줄이거나 중단한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3. 최소량만 천천히
부득이하게 마셔야 한다면:
부득이한 경우 1회 섭취량이 포도주 120~240ml, 맥주는 1~2 컵(200~400ml), 소주나 위스키는 1~2 잔을 넘지 않도록 하며 주 1~2회 이하로 제한
물을 충분히 마시며 천천히 마시기
안주는 기름진 음식보다 채소 위주로
4.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
약 복용 시작 후 2~4주 내 첫 검사
이후 3개월마다 정기 검사
음주를 한 경우 더 자주 모니터링
의사들이 강조하는 진실
많은 환자들이 "고지혈증 약은 부작용이 많으니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인터넷 정보에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명확합니다.
일부 연구 결과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복용 시 혈당이 약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보다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 고지혈증 치료약은 꼭 필요한 약인데 이득 500보다 혹시 모를 부작용 1에 압도되어 약을 안 먹는 선택으로 큰 손해를 보는 환자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타틴을 투여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9~13% 증가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틴의 이러한 부작용보다는 심뇌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말합니다. 핵심은 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술을 끊는 것입니다.
결론: 약과 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고지혈증 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간에 이중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특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간 손상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이는 이미 당신의 혈관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지혈증으로 최초 진단받고 6개월 이상 지난 후부터 스타틴을 복용한 경우 진단받고 6개월 이내에 복용한 경우보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4% 더 높았으며, 고지혈증 약 복용을 중단한 경우 지속 사용자에 비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71% 증가했습니다.
약을 먹을 것인가, 술을 마실 것인가.
선택은 명확합니다. 건강한 간과 깨끗한 혈관을 위해, 오늘부터 술잔 대신 물 한 잔을 선택하세요. 당신의 간이 당신에게 감사할 것입니다.
본 글의 정보는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약물 복용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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